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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인 - 인절미
    시(詩)/김사인 2015. 10. 5. 13:23

     

    외할머니 떡함지 이고
    이 동네 저 동네로 팔러 가시면
    나는 잿간 뒤 헌 바자 양지 쪽에 숨겨둔
    유릿조각 병뚜껑 부러진 주머니칼 쌍화탕병 손잡이 빠진 과도

    터진 오자미 꺼내놓고 쪼물거렸다


    한나절이 지나면 그도 심심해
    뒷집 암탉이나 애꿎게 쫓다가
    신발을 직직 끈다고
    막내 이모한테 그예 날벼락을 맞고
    김치가 더 많은 수제비 한 사발
    눈물 콧물 섞어서 후후 먹었다


    스피커에서 따라 배운 '노란 샤쓰' 한 구절을 혼자 흥얼거리다
    아랫목에 엎어져 고양이잠을 자고 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문만 부예
    빨개진 한쪽 볼로 무서워 소리치면
    군불 때던 이모는 아침이라고 놀리곤 했다


    저물어 할머니 돌아오시면
    잘 팔린 날은 어찌나 서운턴지
    함지에 묻어 남은 콩고물
    손가락 끝 쪼글토록
    침을 발라 찍어먹고 또 찍어먹고


    아아 엄마가 보고 싶어 비어지는 내 입에
    쓴 듯 단 듯 물려주던
    외할머니 그 인절미
    용산시장 지나다가 초라한 좌판 위에서 만나네
    웅크려 졸고 있는 외할머니 만나네

    (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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