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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진도 아리랑시(詩)/신경림 2015. 8. 22. 15:08
국악원에 다니는 잘난 딸이
배불리 먹여준대서
서울로 올라온 지 오년
소리 좋아하는 진도 과부는
어리굴젓 장수가 되었다
어리굴젓 사랑께 어리굴젓 사랑께
시골길 같은 산동네만 골라 다니며
만만한 단칸방집을 기웃대다가
때로는 비집고 들어가 앉아
진도 아리랑 한 대목을 뽑는데
세월은 구부야구부야
문경 새재만큼이나 험하고
세상은 왔다나 갈 길 한도 스럽지만
우리끼리 퍼지르고 앉으면 삶은 편하고
더러는 훈훈하기도 해서
새우젓 사랑께 새우젓 사랑께
시골 사람 모여사는 산동네만 다니며
어리굴젓 새우젓도 팔고
진도 아리랑도 부른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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