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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 이름을 지운다시(詩)/허형만 2015. 8. 14. 21:20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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