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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 서부시장시(詩)/김사인 2015. 8. 13. 20:44
굴 한 다라이를 서둘러 마저 까고
깡통 화톳불에 장작을 보탠다.
시래기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며
테레비 쪽을 힐끗 흘긴다.
누가 당선되건 관심도 없다.
화투판 비광만도 못한 것들이 뭐라고 씨부린다.
판은 벌써 어우러졌다.
추위에 붉어진 코끝에 콧물을 달고
곱은 손으로 패를 쥔다.
인생 그까이꺼 좆도 아닌 거.
옜다 똥피다 그래, 니 처무라
아나 고맙데이 복 받을 끼다
겹겹이 쉐타를 껴입고 질펀한 욕지거리에 배가 부르다.
진 일로 뭉그러진 손가락에 담배를 쥐고
세상 같은 것 믿지 않는다.
바랜 머리칼과 눈빛뿐
믿고 자실 것도 더는 없는 일
인생 그까이꺼 연속극만도 못한 것
고등어 속창보다 더 비린 거.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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