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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 - 함승현 옷 수선집시(詩)/이사라 2015. 7. 31. 13:13
(낭송 : 이사라)
동네에는 항상 뒷길이 있다
뒷길에는 햇빛도 비스듬히 내려와 앉는다낡아서 보풀이 일어나는 옷처럼
흑백의 그림자로 앉아 있는 사람
바닥에 뒤엉켜 무늬가 된 실밥들이 그 사람의 생이다달콤한 것들은 늘 배경으로 물러서 있고
뽀얀 국물 한 그릇이 눈물보다 진한
그곳을
사람의 냄새로 당신이 다가간다면
자기 이름을 건 옷 고치는 집
함승현 옷 수선집의
무수한 실밥들이
이팝나무에서 떨어지는 꽃뭉치처럼
한바탕 골목을 뒤흔드는 걸 보게 될 것이다오래 쓴 도시락이 창가에서 졸고
외짝문 앞에서 흠뻑 물먹어 탐스러운
작은 화분 몇 개가 나른하고
가끔씩 그 사람마저 조는 오후라 해도
사람 마음마저 수선하면서
이제는 버릴 것들 과감히 버리라는 조용한 충고도 듣게 될 것이다한 평 반의 실낙원에서
혼자된 몸으로 오랫동안 효녀였던
돋보기 쓴 사람 하나가
신의 이름을 빌려
시간을 늘리고 줄이고 꿰매고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다평소에는 침묵에 익숙한
그 사람이
동네 뒷길에서는 오래된 뒷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