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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상학 - 오래된 엽서
    시(詩)/안상학 2015. 7. 25. 13:51

     

     

    오래된 어제 나는 섬으로 걸어들어간 적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엽서를 썼다. 걸어서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뭍으로 걸어나간 우체부를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
    술에 취해 걸어오는 청춘의 파도를 수없이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단 한 번 헤어진 그 사람처럼 아프지 않았다.


    섬 둘레로 저녁노을이 불을 놓으면
    담배를 피우며 돌아오는 통통배의 만선 깃발, 문득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이 걸어간 곳의 날씨를 걱정했다.


    아주 오래된 그때 나는 섬 한바퀴 걸었다. 바다로
    걸어가는 것과 걸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다 잠든 아침
    또 한 척의 배가 떠나는 길을 따라 그곳을 걸어나왔다.


    아주 오래된 오늘
    오래된 책 속에서
    그때 뭍으로 걸어갔던 그 엽서를 다시 만났다.
    울고 있다. 오래된 어제 그 섬에서 눈물도 함께 보냈던가


    기억 저 편 묻혀있던 섬이 떠오른다. 아직 혼자다.
    나를 불러, 혼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던 그 섬
    다시 나를 부르고 있다. 아직도 어깨를 겯고 싶어하는 사랑도 함께.

    (그림 : 김의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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