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날밤은 보름달이였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 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 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얘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도 보지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 분의 눈물을 이제야 가슴 절절히 다가와
떨어져 있는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그림 : 김종학 화백)
'시(詩) > 마종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종기 - 변명 (0) 2017.02.07 마종기 - 신설동 밤길 (0) 2016.04.21 마종기 - 바다의 집 (0) 2014.07.30 마종기 - 이름 부르기 (0) 2014.07.30 마종기 - 바람의 말 (0) 201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