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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종기 - 바다의 집
    시(詩)/마종기 2014. 7. 30. 18:46

     



     
    바다의 눈물이 밤에도 보인다.
    한 세월 떠돌다가 돌아온 후에
    내가 들었던 가늘고 낮은 한마디,
    밤잠 설치는 바다의 뒤척임이
    그 소리 끝에 만드는 빛,
    해안의 모래가 더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살 속을 헤맨다.
    오래된 언덕이 낮아지고
    죄 없는 손이 용서받는다.
     
     
    생각에 잠긴 늦은 아침나절,
    벗은 몸을 반쯤 가리고 누운
    바다의 나신을 껴안고 싶다.
    화가 듀피의 아네모네같이 가볍게
    돛단배보다 큰 나비가
    바다보다 큰 꽃잎에 앉는다.
    나비의 무게로 출렁거리는 바다의 집,
    바다 비린내 몇 개 증발해서
    장난감 같은 구름을 하늘에 남긴다.
     
     
    오늘은 여느 날보다
    수평선이 더 굵어졌다.
    바다의 뒤쪽에서는
    비가 내리는 모양이지.
    편안하던 물결이 해안에만 오면
    왜 그리 힘들여 목숨을 놓아버리는가.
    바다도 기억력이 좋다는
    부서진 파도의 작은 변명,
    낯선 풍경 속에서
    낯익은 당신이 보인다.

    (그림 : 노재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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