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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 화양연화(花樣年華)시(詩)/김사인 2015. 6. 20. 15:05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새벽의 물안개처럼 저녁노을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어디론가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누구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는 어느 날부터
누구도 우리를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가가 무르지
눈멀고 귀먼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는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빗속을 어깨 겯고 너희는 떠나
뒤돌아보지 말고 살아가거라
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
어깨를 겯다 - 같은 목적을 위하여 행동을 서로 같이하다.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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