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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시(詩)/최갑수 2015. 6. 12. 09:22
아주 짧았던 순간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적이 있다봄날이었다, 나는
창 밖을 지나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개나리 꽃망울들이
햇빛 속으로 막 터져나오려 할 때였던가햇빛들이 개나리 꽃망울들을 들쑤셔
같이 놀자고, 차나 한잔하자고그 짧았던 순간 동안 나는 그만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서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여자를 사랑해왔던 것처럼
햇빛이 개나리 여린 꽃망울을 살짝 뒤집어개나리의 노란 속살을 엿보려는 순간,
그 여자를 그만 사랑하게 되어서그 후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몇 명의 여자들이 계절처럼 내 곁에 머물다 갔지만아직까지 나는 그 여자를 못잊어
개나리꽃이 피어나던 그 무렵을 나는 못 잊어그 봄날 그 순간처럼
오랫동안 창 밖을 내다보곤 하는 것인데개나리 꽃이 피어도
그 여자는 지나가지 않는다개나리 꽃이 다 떨어져도
내 흐린 창가에는 봄이 올 줄 모른다(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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