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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 장마 첫날시(詩)/시(詩) 2015. 5. 25. 14:22
비가 추억추억하고 내린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추억에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주전자에 끓인 물 또 끓이면서
더 늦기 전에 이 놈의 짝사랑 고백해야 하나 하다가
살다보면 닿을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한 것도 있는 법이지 하다가
남새밭에 애꿎은 고추꽃만 와르르 지겠구나 하다가
죄없는 카페오레 빈 캔만 툭툭 발로 차다가
저 비 자꾸 내려서 그래 그렇게 내 속 뒤집어 어쩌자는 것인지
말도 안되는 것을 트집잡고 시간 죽이는 한 여자를 한심해 하다가
갑자기 내 생이 답답하고 쓸쓸해져
다시 소란 피우며 양철지붕 빗소리에 버럭 화를 내다가
양철지붕이 소란한 건 저놈의 얇은 성질 때문이지 하다가
설마 저 비에 무슨 영혼 같은 게 있어서 저럴라구 하다가
한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아직도 안 그치네 하다가, 하다가
(그림 : 남혜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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