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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맨드라미 마을시(詩)/이준관 2015. 4. 12. 18:25
장독대에 맨드라미 피어 있다.
철 늦은 유행의 옷을 재단하는
서투른 양복사가 사는 마을이다.
시집 안 간 과년한 딸을 둔
가난하나 착한 아낙네가 맨드라미처럼 늙어가는 마을이다.
맨드라미 꽃그늘 아래서
낮달이 하나 조을고 있다.
해질 무렵이면
조용히 연기와 불을 뿜는
저녁놀의 마을.
신발짝을 머언 산머리로 던져버린, 마당의 맨발 옆에,
붉은 맨드라미 피어 있다.(그림 : 최홍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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