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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수양버들시(詩)/이준관 2015. 4. 12. 18:24
시골 냇가에 흔히 서 있는 수양버들을 보겠네.
흘러가는 물을 짝사랑하는 수양버들을 보겠네.
나도, 저 수양버들에 와 우는 붉은뺨멧새 소리에 귀를 괴고
흘러가는 물을 짝사랑할까.
흘러가라. 흘러가는 것은 살아 있는 것,
숨이 차게, 숨이 차게 흘러가라.
갑작스런 낙차를 만나면 용틀임하는 급류(急流)로 일어서며,
바위를 만나면 덩굴식물(植物)처럼 휘감아오르며......
시골 냇가에 흔히 서 있는 수양버들을 보겠네.
흘러가는 물을 짝사랑해서,
아예 향일성의 허리를 꺾어버린,
흘러가며 굽이치는 분류(奔流)에의 열정.
잎 위로 등때기 푸른 버들치 살아 뛰어오르는,
흘러가라. 흘러가는 것은 살아 있는 것.
어린 시절 불던 버들피리의 강물 마다마디 꺾여 불어줄게
열두 굽이든, 무슨무슨 굽이든,
숨이 차게, 숨이 차게 흘러가라.(그림 : 전봉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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