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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귀에 들어가면
세상이 다 아는 건 시간 문제다
조심하라 네 입을 조심하라
그녀의 입은 가볍고 싸다
무겁고 비싼 네 입도 별수없지만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입이 근지럽다고 허투루 발설 마라
말 끝에 말이 난다
네 말 한 마리가 만의 말을 끌고 날아간다
말이란 다산성이라 새끼를 많이 낳는다
그 여자 귀엔 천 마리 파발마가 달리고 있다
말은 발이 없어 빨리 달린다, 아니, 난다
그러니 남의 말은 함부로덤부로 타지 마라
말발굽에 밟히면 그냥 가는 수 있다
그 여자 귓속에는 세상의 귀가 다 들어 있다
그 여자 귀는 천 개의 나발이다
그녀는 늘 나발을 불며 날아다닌다
한번, 그녀의 귀에 들어가 보라
새끼 낳은 늙은 암퇘지 걸근거리듯
그녀는 비밀(肥蜜)을 먹고 비밀(秘密)을 까는 촉새다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그림 : 박태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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