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월 - 강물과 빨랫줄시(詩)/서지월 2014. 10. 1. 01:07
오늘도 어머니는
강물을 훔쳐 와
한 자락씩 줄에 너신다.
누런 호박오랭이 썰어 말리듯이햇빛은 항시
정면으로 부딪쳐 오는 것이지만
얼굴 없는 바람은
부뚜막 위에서 불고
장독대를 넘어와
어머니의 허이여신 머리칼 위에도
분다.하늘과 땅 그 크낙한
화해를 위해
세상의 이쪽과 저쪽의 분별(分別)을 위해
두 귀 바지랑대는
생명의 줄을 튼튼히 받치고 있다.천년풍우 그 어느날에도
우리의 제기(祭器), 제기(祭器) 같은 것.먼 산 그리메 숱한 메밀밭 위으로
낮달이 조을고
젖은 빨래의
그 휴식(休息)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파란 하늘은 아득히 멀고
나는 왠지 눈물이 핑 돈다.(그림 : 김대섭화백)
'시(詩) > 서지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지월 - 비슬산 참꽃 (0) 2014.10.01 서지월 - 한국의 달빛 (0) 2014.10.01 서지월 - 꽃잎이여 (0) 2014.10.01 서지월 - 산다는게 뭐 별것 있는가 (0) 2014.10.01 서지월 - 각시붓꽃 (0) 20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