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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한 - 지퉁쟁이 설화
    시(詩)/강인한 2014. 9. 17. 00:28

     

     

    내 나이 스물두살 쩍에 상리 지퉁쟁이 살 때였네.

     
    시암 가상에 석류낭구 한 주가 서 있었는디
    시꺼먼 깜밥 손등에 피가 비어 나오는
    석류낭구 가쟁이 새이로 흰 낮달이
    걸려 있었는디

     
    몰래 빨아서 널어놓은 홀엄씨 서답같이
    넘부끄러운 듯 넘부끄러운 듯
    떠 있는 반달은 풀이 죽어서…

     
    갱겡이에서 온 새비젓장시의 목쉰 소리만
    싸리울타리를 넘어오고 옷고름마냥 풀어지고.

    석류꽃 피맹키로 붉은 여름,
    학독 우에 땡볕이 자글자글 볶아대는 점심참을 지나

    아칙에 매조가 떨어졌는디
    오늘 무신 반가운 기별이 올랑갑다 혀도
    내 고여 소냥읎었네.

     

    모가지 질게 빼고 내다보는 고샅길,
    날한질라 뜨건디 바람 한 점 없이
    또랑갓집에 우체부 자징기 방울소리만 떨어지고.

     
    보고자픈 것들 기리운 것들 포도시 참는
    저녁 냉갈에

    나는 눈이 씨애려서 눈이 씨애려서.

    지퉁쟁이 : 전라북도 정읍군 정주읍 상리에 있는 마을. 

    내 나이 스물두살 적에 상리 지퉁쟁이 살 때였네
    우물가에 석류나무 한 주가 서 있었는데
    시꺼먼 누룽지 손등에 피가 배어 나오는
    석류나무 가지 사이로 흰 낮달이
    걸려 있었는데
    몰래 빨아서 널어놓은 홀어미 개짐같이
    남부끄러운 듯 남부끄러운 듯
    떠 있는 반달은 풀이 죽어서
    석류꽃 피같이 붉은 여름
    확돌 위에 땡볕이 자글자글 볶아대는 점심때를 지나
    강경에서 온 새우젓장수의 목쉰 소리만
    싸리울타리를 넘어오고 옷고름처럼 풀어지고
    아침에 매화가 떨어졌는데
    오늘 무슨 반가운 기별이 오려는가 보다 해도
    그러면 그렇지 소용없었네 모가지 길게 빼고 내다보는 고샅길
    날씨조차 더운데다가 바람 한 점 없이
    도랑 곁의 집에 우체부 자전거 방울소리만 떨어지고
    보고싶은 것들 그리운 것들 간신히 참는
    저녁 매운 연기에 나는 눈이 쓰라려서 눈이 쓰라려서

    (그림 : 홍문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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