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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 - 주법 (酒法)시(詩)/이화은 2014. 9. 16. 00:45
반의반도 안 자란 애가
반 되짜리 노란 양은 주전자 들고
아버지 술심부름하다 배운 주법
한모금 또 한 모금
주전자 귀 쪽쪽 빨며 타달타달
신작로 길 걸어오다 보면
취했던가?
반만 남은 주전자 들고도
아버지 꾸지람이 반밖에 안 무서웠네
그때 배운 주법으로
맨 정신으론 오르지 못할 고개
술힘으로 넘어왔던가 가끔은
발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깊은 강 취한 척 얕게도 건넜던가 얕은 강
너무 깊어 허우적였던가
어느 신작로에 나를 다 흘렸는지
이제 나 반밖에 안 남았네
원래 반 되짜리 그릇
반의반도 안 남았네
아버지 팽개친 막걸리 자죽
청천 하늘에 흰 구름 몇 점
엎질러졌네(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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