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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 - 입동 저녁시(詩)/이성선 2014. 8. 21. 23:16
벌레소리 고이던 나무 허리가 움푹 패었다
잎 없는 능선도 낮아져 그 아래 눕는다
가지 하나가 팔을 벋어 내 집을 두드린다
나무가 하늘에 기대어 우는 듯하다
나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바라만 본다
저문 시간이 고개 숙이고 마을을 서성거리고
그의 머리 위로 별이 벼꽃처럼 드물다
낡은 문창에 달빛이 조금씩 줄어든다
달 내리는 소리가 마당을 지나 헛간에 머문다
누군가 떠나고 난 자리가 세상보다 크고 깊다
나무가 하늘에 기대어 우는 듯하다(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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