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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지나간 자리시(詩)/정윤천 2014. 8. 2. 21:30
1
모든 것들은 지나가고
모든 것들은 머물다 간다
비 지나가고 나면
비 지나간 자리는 젖고
비 지나간 자리는
볕만이 와서 말리고 간다
이럴 때는, 볕이 지나가고
볕이 머물다 간 것이 된다
사람의 흉중으로도 때론 비 지나가고
그 자리 위로, 볕이 머물다 가기도 한다.
2
비 지나가고, 볕이 와서 머물다 갔더라도
마음이 지닌 것 중에 못 말리는 것이 하나 있다
비 지나가고, 제아무리 볕이 와서 머물다 갔더라도
먼 곳을 향해 젖어 있는 눈시울 같은 기억이 있다(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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