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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토란잎 우산시(詩)/정윤천 2014. 8. 2. 21:14
토란잎 우산 한번 받쳐보지 않은 사람과는 추억에 대하여 거래하지 않을 작정이네.어쩌다가 빌어썼거나 빌려주었던 일 해결하러 가는 길 아니라면,
그에게라면 오리길인들 멀어 보일 것 같았네.
때로는 어느 후미진 길 모퉁이쯤이던가, 수수로운 바람의 손사래질처럼이나 ‘그리움’이라던 쑥스러운 호명 하나가,그 옛날 토란잎 우산 같이 마음에 차오를 수도 있었네.
그런 일 전혀 상관없다면, 사소하다면, 자네와도 어울려 밤낚시 핑계 삼은
어느 은밀했을 원족(遠足)의 궁리에서도 뒤에 처질 듯 싶었네.
토란잎 우산이라니, 그게 어디 우산이었겠는가.어깨도 벌써 다 젖어버리고, 이마 위엔들 찬 빗방울도 토닥였던 것이지.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우리들이 이후로도 오래 견디며 살아가야 할,
흐린 하늘의 저쪽에다 치받아보았던 그리움의 여린 손짓이기도 했다네.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남아있었을 한 닢의 일렁이는 푸르름이기도 했다네.
(그림 : 김회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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