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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토란잎 우산 같은 것에 대하여시(詩)/정윤천 2014. 1. 1. 13:22
아직도 그런 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토란잎 우산 같은 것에 대하여
한 번쯤은 이야기하고 갔으면 싶어지네
어느 수수롭던 바람의 길 모서리쯤이던가,
어쩌다 토란잎 우산과도 닮았던,
푸릇한 일순이 불쑥 떠올라주거나
흔들리기도 했던 날이 있었다네
그게 어디 우산이었겠느냐만,
어깨도 벌써 다 젖어버리고 이마에 찬 빗방울도 토닥였던 것이었지만,
토란잎 우산과도 같았던 것들이여,
그것들은 어쩌면 우리들이 이후로도 오래 견디며 살아가야 할 찌푸린 세월의 저쪽에다 치받아보았을,
그 중에서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았을, 한 잎의 까마득한
그리움일 수도 있었다네
(그림 : 김회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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