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봉석 - 화수장터시(詩)/시(詩) 2014. 7. 28. 15:13
어쩌다
화도진 너머 풍어제 난장 선 날이면
칭얼거리다 쥐어 박히는 일이 있어도
햇빛 쏟아지는 사람들 속을
그늘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좋았나 보다
단 것 먹으면 벌레 생긴다고
돈 아끼시던 아버지한데
엿이라도 한 가락 얻어 걸리면
그날은 왜 그렇게 하늘도 푸르던지
흥부네 살림인양 누덕누덕 기움질한 꼴로
쟁강쟁강
가위질하던 엿장수가 좋아지고
날선 칼로 마구 그어대도 멀쩡한 팔 보면
차력사도 되고 싶었다
어쩌다 놀이패가 풍물을 잡을 때면
무동 탄 춤바람에 두둥실 해서
정작 하고 싶었던 것은 아직 남았는데도
즐거운 날 해는 아주 짧더라
파장에 모두가 주섬주섬 돌아가고
석양이 등불 같던 길거리 천막에서
유랑극단 가락으로 신파 하던 계집에
반짝하던 눈빛이 ‘애수의 소야곡’ 같아서
꼬여다가 각시 삼고 싶었다
할수만 있다면
덧이 사이에 걸려서도 말랑말랑 웃던 모습
바탕화면 가득 드래그해다가
오가는 세월마다 프린트 해두고 싶었다(그림 : 조영철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봉석 - 간이역 (0) 2014.07.28 서봉석 - 외로울 때는 그리움에게로 가서 (0) 2014.07.28 서봉석 - 서해낙조.1 (0) 2014.07.28 서봉석 - 서해낙조 2 (0) 2014.07.28 서봉석 - 매화서신 (梅花書信) (0) 201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