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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영 - 오지다
    시(詩)/문정영 2014. 7. 19. 21:03

     

     

    오지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이제야 깊게 들린다

    어릴 적 내 고추가 조금만 능청거려도,

    조금만 밥을 잘 먹어도 오지다 하시던 할머니가

    크게 아프지 않고 돌아가신 것도 오지다는 그 말을

    이 세상에 뿌렸기 때문일 것이다

     

    텃밭의 풀들이 웃자라 감나무의 밑동을 휘감을 때에도

    저것들 오지게 잘도 자라네 하시면서,

    느긋하게 풀 자라는 모습 지켜보시던,

    그것이 이 땅에 나서 살다가 다시 가는 날들의 표상인 것을 아는 것처럼

    오지다는 말 누누이 나누어 주고 가신 할머니

     

    오늘은 내가 오지다고 내 아이들의 등 두드려주어도 아이들 무덤덤한 표정인 것은,

    내 오지다는 말 속에는 무성한 풀숲의 감나무를 바라보던

    할머니의 느긋함이 부족한 탓은 아닌지,

    할머니의 오지다는 말 다시 들어보고 싶은 날들이다

    오지다(형용사) :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같은 말] 오달지다

    (그림 : 윤문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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