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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 애진 것들 애진 것끼리시(詩)/고재종 2014. 7. 11. 00:15
우체부조차 오지 않는 날이면
집 뒷산 억새밭에 들어
거기 우수수 날아오르는
붉은머리 오목눈이떼에 섞일 일이다
금방 부서져버릴 듯한 쓸쓸함 같은 것
소소소 일렁이는 그 터전에
또다시 날아내리는 그들의 양식이
찔레덤불의 빨간 열매 몇개인들 어떠랴
그 씻기는 터전에선 늘 바람이 일고
바람 일면 시린 코와 부릴랑은
가슴의 깃털 속에 부비다가
햇빛 환한 날이면 톡톡톡
온기 몇점 서로 쪼아보기도 하지만
밤톨만한 그들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또 몇놈은 서로 쫓고 쫓기는
사랑놀음도 행여 잊지 않는다
누구하나 호명해볼 이 없는 날
아,씻기는 씻기는 억새밭에 들어
거기 너무 애진 것들 애진 것들끼리 모여
해종일 우수수 날아오르고 날아내리는
그 반짝이는 숨결들 속에 섞이면
내 소슬한 가슴 속에서도
그리움의 잎새같은 것 부산히 흔들리고
삶의 융융한 나라의 그 새소리들
어느새 차운 하늘 가득히
저녁별을 총총 깨우는 것이 보이리(그림 : 이인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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