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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 동전의 노래시(詩)/이외수 2014. 6. 24. 12:39
마침내 나 여기 버림받아
그늘진 담장 아래 떨어져 있다.
철사줄 한 토막이 될 지언정
돈이라는 이름으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라.
바람에 쓸려가는 휴지조각 하나도
한때는 자랑스러운 제 모습이 있었나니
부끄러워라
죄악의 이름
인간들의 가슴을 눈 멀게 하네.
하지만 위안컨대 나는 겨우 동전 한 닢
차라리 인간에게 버림받는 고마움이여
녹슬어가는 이 시간이 더욱 평화로워라.
어느날 철모르는 아이 하나 나를 주워
잘 닦아 가지고 놀다가
무심코 심심해져 멀리멀리 내던지면
그날밤 그 아이 곤히 잠든 방
창문 가득 별들이 총총하고
나는 그 중에 가장 가까이서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라.(그림 : 김경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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