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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오월에도 초닷새 수릿날엔
아내여, 그대는 춘향이가 되라.
그러면 나는 먼 숲에 숨어 들어 그대를 바라보는
이도령이 되리라.
창포를 물에 풀어 머리를 감고
그대는 열 일곱, 그 나이쯤이 되어
버들가지엔 두 가닥 그넷줄을 매어
그대 그리움을 힘껏 밟아 하늘로 오르면,
나도 오늘밤엔 그대에게
오래도록 긴 긴 편지를 쓰리라.
하늘로 솟구쳤다 초여름 서늘한 흰구름만 보고
숨어 섰던 날 보지 못한 그대의 안타까움을
내가 아노라고……
그대 잠든 꿈길 위에 부치리라.(그림 : 박연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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