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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뻘에 와서 소주를시(詩)/이정록 2014. 5. 26. 19:14
구멍 숭숭 지친 이여
충청도 바닷가로 오라
바닷물도 이 정도는 나이를 먹어야
새우젓이며 꼴뚜기를 곰삭일 수 있구나
한 세상 질퍽거리기만 했다고
제 가슴에 검센 파도를 때리는 이여
드넓은 뻘 느릿느릿 밀려드는
바닷물을 보아라 구멍이란 구멍
다 들여다보고 뽀글뽀글 재미도 좋은
밀물을 보아라 그 정 잊을 수 없어
내 나갈 때에는 진국 한 모금 남기고 가리
주거니 받거니 지치지 않는 사랑을 보아라
시작과 끝은 언제나 거품인 게야
낡은 목선의 말도 들어보아라
바다의 출발선은 언제나 뻘탕물이다
뻘에 몸 문지르며 한 몸으로 섞이는 것이다
세상 더럽다고 불끈 나앉은 그대여
사람 없는 저 먼 섬들이
그대 마음 씻어주려 솔 저리 푸른 것이니
통통거리며 돌아오는 작은 배엔잡어 몇 마리 펄떡이고 있을 것이니
(그림 : 김명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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