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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늦게 포구에 가 닿는다
언제 내 몸속에 들어와 흔들리는 해송들
바다에 웬 몽산(夢山)이 있냐고 중얼거린다
내가 근처에 머물때는
세상을 가리켜 푸르다 하였으나
기억은 왜 기억만큼 믿을것이 없게하고
꿈은 또 왜 꿈으로만 끝나는가
여기까지 와서 나는 다시 몽롱해진다
생각은 때로 해변의 구석까지 붙잡기도 하고
하류로 가는 길을 지우기도 하지만
살아있어, 깊은 물소리 듣지 못한다면
어떤 생(生)이 저 파도를 밀어가겠는가
헐렁해진 해안선이 나를 당긴다
두근거리며 나는 수평선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부풀었던 돛들 붉은 게들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이제 몽산은 없다. 없으므로
갯벌조차 천천히 발자국을 거둔다.(그림 : 정의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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