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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 불지암(佛地庵)시(詩)/김영랑 2014. 4. 13. 10:31
그 밤 가득한 山정기는 기척없이 솟은 하얀 달빛에 모두 쓸리우고
한낮을 향미로우라 울리던 시냇물 소리마저 멀고 그윽하여
衆香의 맑은 돌에 맺은 금이슬 구을러 흐르듯
아담한 꿈 하나 여승의 호젓한 품을 애끊이 사라졌느니
천년 옛날 쫓기어간 신랑의 아들이냐 그 빛은 청초한 수미山 나리꽃
정녕 지름길 섯드른 흰옷 입은 고운 소년이
흡사 그 바다에서 이 바다로 고요히 떨어지는 별살같이
옆산 모롱이에 언뜻 나타나 앞골 시내로 사뿐 사라지심
승은 아까워 못 견디는 양 희미해지는 꿈만 뒤쫓았으나
끝없는지라 돌여 밝은 날의 남모를 귀한 보람을 품었을 뿐
토끼라 사슴만 뛰어보여도 반드시 기려지는 사나이 지났었느니
고운 輦의 거동이 있음직한 맑고 트인 날 해는 기우는제
승의 보람은 이루었느냐 가엾어라 미목청수한 젊은 선비
앞시냇물 모이는 새파란 소에 몸을 던지시니라불지암(佛地庵) - 강원도 회양군 내금강면 금강산에 있는 절. 불지암(不池庵)이라고도 불린다
신라 때 의상(義湘)이 창건하였으며 그 뒤 조선 후기까지의 자세한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
1824년(순조 24) 당시 순조의 장인인 영안부원군(永安府阮君) 김조순(金祖淳)이 오래 되어 낡은 이 절에 시주하여 중수했다.
1854년(철종 5)과 1864년(고종 1) 김조순의 아들 김좌근(金左根)과 손자 김병기(金炳冀)가 힘을 모아 1877년 칠성각을 지었고,
1878년(고종 15) 탱화를 봉안했다. 일제강점기의 31본산시대에는 유점사(楡岾寺)의 말사였다.
(그림 : 홍성모 화백 - 월성 골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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