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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전에 서서 뿌려 두었던
빈 소라 껍질 매단 줄을 당긴다
먹이로 속이는 낚시가 아닌
길을 가로막는 그물이 아닌
알 깔 집으로 유인한
주꾸미들 줄줄이 딸려 올라온다
머리 쪽으로 말아 올린 다리들 흡반에
납작한 돌 조개껍질 나무말뚝 껍질로
대문 닫아 건 채
물밑 바닥이 뻘이라 아직 대문 못해 건 놈은
올라오다 떨어지기도 하며
뭐야, 또 두 마리!
먼저 든 놈 대문 완벽하여
문이 벽이 되어
겹대문 겹죽음일세
뱃전에 서서 빈 소라 껍질 매단 줄을 당기면
배가 흔들리고
길에 매달린 집들이 흔들린다
(그림 : 정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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