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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
    시(詩)/김광섭 2014. 2. 4. 17:04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그림 : 이동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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