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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섭 - 봄
    시(詩)/김광섭 2013. 12. 9. 18:02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랑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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