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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시(詩)/김선우 2014. 2. 3. 20:33
무꾸라 했네 겨울밤 허리 길어 적막이 아니리로 울 넘어오면
무꾸 주까? 엄마나 할머니가 추임새처럼 무꾸를 말하였네
실팍하게 제대로 언 겨울 속살 맛이라면 그 후로도 동짓달 무꾸 맛이 오래 제일이었네학교에 다니면서 무꾸는 무우가 되었네 무우도 퍽 괜찮았네
무우-라고 발음할 때 컴컴한 땅속에 스미듯 배이는 흰 빛
무우밭에 나가본 후 무우- 땅속으로 번지는 흰 메아리처럼
실한 몸퉁에서 능청하게 빠져나온 뿌리 한 마디 무우가 제격이었네무우라고 쓴 원고가 무가 되어 돌아왔네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이라는데
무우-라고 슬쩍 뿌리를 내려놔야 ‘무’도 살만 한 거지
그래야 그 생것이 비 오는 날이면 우우 스미는 빗물을 따라잔뿌리 떨며 몸이 쏠리기도 한 흰 메아리인 줄 짐작이나 하지
무우밭 고랑 따라 저마다 둥그마한 흰 소 등 타고 가는 절집 한채씩이라도 그렇잖은가
칠흑 같은 흙 속에 뚜벅뚜벅 박힌 희디흰 무우寺
이쯤 되어야 메아리도 제 몸통을 타고 오지 않겠나(그림 : 강요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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