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속을 들꽃이 산책하고 있다
산과 들꽃이 산책하는 길을 나도 함께 간다
안개 속 길은 하늘의 길이다
하얀 무명천으로 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안에
나도 들어가 걸어간다
그 속으로
산이 가고 꽃이 가고 나무가 가고 다람쥐가 가고
한 마리 나비가 하늘 안과 밖을 날아다니는 길
발 아래는 산, 붓꽃 봉우리들
안개 위로 올라와서 글씨 쓴다
북과 피리의 이 가슴길에
골짜기 고요가 내 발을 받들어 허공에 놓는다
써 놓은 글씨처럼 엎질러진 붉은 잉크처럼
아침 구름이 널려 있다이붓꽃에서 저 붓꽃으로 발을 옮길 때
안개 열었다 닫았다 하는 세상이
내 눈 안에 음악으로 산다
안개 속을 풀꽃 산 더불어 산책을 한다(그림 : 이육록 화백)
'시(詩) > 이성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선 - 산문답 (山問答) (0) 2014.02.19 이성선 - 고향집 밤 (0) 2014.02.17 이성선 -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0) 2014.01.15 이성선 - 봉정암 가는 길 (0) 2014.01.15 이성선 - 백담사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