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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 - 봉정암 가는 길시(詩)/이성선 2014. 1. 15. 01:01
길 따라 굽어 흐르는 물 백 개의 연못에 백 번 얼굴을 비추고 백 번
마음을 고쳐야 열리는 山門. 귓가에 넘치는 물소리가 모두 법문이고
가지의 바람소리가 오도송이며 우거진 쑥대풀과 억새꽃이 다 詩다
골짜기로 밤에 쏟아지는 별들이 물 속에 빠져 꽃잎처럼 떠 있는 곳
으로 발을 옮기는 이가 영원히 거기서 길을 잃고 나오기 싫어한다
단풍 사이로 난 좁다란 길에 노랗고 빨간 잎사귀가 떨어지고 그 곁
에 찍힌 사람 발자국이 깨끗하다. 고라니 발자국 같아서 먼저 간 사슴
발자국 같아서 일찍 깬 새벽 공기가 입을 대고 냄새 맡고 바람이 와서
손으로 만져 본다. 사람 자취가 여기서 처음 신성하다
산 전체가 구름 옷을 벗고 있다.산이 깨어나는 소리 듣는다. 나무
사이로 아침 안개가 햇살에 쫓겨 바삐 달아나며 빗물 머금은 산빛과
내음을 세상 아래로 실어간다.구름이 산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길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내가 있다 없다 한다(그림 : 김용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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