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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먼저 능선을 넘었습니다.
능선 아래 계곡 깊고 바위들은 오래 묵묵합니다
속 깊은 저것이 모성일까요 온갖 잡새들, 잡풀들, 피라미떼들 몰려 있습니다
어린 꽃들 함께 깔깔거리고 버들치들 여울 타고 찰랑댑니다
회화나무 그늘에 잠시 머뭅니다
누구나 머물다 떠나갑니다
사람들은 자꾸 올라가고 물소리는 자꾸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것이 저렇게 태연합니다
무등(無等)한 것이 저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누가 세울 수 있을까요
저 무량수궁 오늘은 물소리가 더 절창입니다
응달 쪽에서 자란 나무들 이 큰 재목 된다고,
우선 한소절 불러젖힙니다
자연처럼 자연스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나는 저물기 전에 해탈교를 건너야 합니다
그걸 건넌다고 해탈할까요
바람새 날아가다 길을 바꿉니다
도리천 가는 길 너무 멀고 하늘은 넓으나 공터가 아닙니다.
무심코 하늘 한번 올려다봅니다
마음이 또 구름을 잡았다 놓습니다
산이 험한 듯 내가 가파릅니다
이속(雉谷)고개 다 넘고서야 겨우 추월산에 듭니다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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