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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양희 - 숨은 꽃
    시(詩)/천양희 2014. 1. 8. 18:04

     

    다른 꽃밭을 꿈꾸며 어떤 꽃들은 둥근 꽃씨를 옮겼을 것입니다.

    세상의 구석까지 꽃말을 전하고 꽃소식을 뿌렸을 것입니다.

     

    꽃에게도 꽃의 마음이 있다는 것일까요.

    늦은 꽃망울들 다투어 필 때,

    우리는 무슨 속셈이 있어 꽃길을 따라간 건 아니었습니다.

     

    제 속을 열고 웃고 있는 꽃잎들과 잎 속의 푸른 무늬들, 꽃술의 의미들.

    꽃들은 왜 모두 다른 색깔을 가졌는지 꽃들은 왜 피고 지고 또 피는지 

    꽃잎 뜯어 꽃점을 치며 꽃같이 붉은 사랑 기다렸으나

    봄길은 너무 짧고 저녁은 일찍 저물었습니다.

     

    노고초 몇 포기 종일 고개 숙일 때 무명초도 애써 제 이름 적지 않습니다.

    우주를 물들이는 한 꽃송이.

    잎새마다 꽃등을 달고 찰랑댑니다.

    꽃물결 꽃사태 꽃사태 꽃천지 속 꽃가마 타고 꽃구경이나 가고 말겠습니다.

    꽃의 몸으로 환생하고 말겠습니다.

     

    꽃이라고 다 꽃답게 꽃피우는 건 아닐 것입니다. 

    숨어서 피는 꽃 있다면 그 꽃 속은 더 환할 것입니다.

    비밀의 꽃장이란 얼마나 넘기고 싶은 페이지입니까. 

    지금 누가 그걸 읽는 중일까요.

    누가 그를 어디에다 숨긴 것일까요.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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