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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 강을 따라갔다 돌아왔다시(詩)/문태준 2014. 1. 2. 12:04
혼(魂)이 오늘은 유빙(流氷)처럼 떠가네
살차게 뒤척이는 기다란 강을 따라갔다 돌아왔다
이곳에서의 일생(一生)은 강을 따라갔다 돌아오는 일
꿈속 마당에 큰 꽃나무가 붉더니 꽃나무는 사라지고 꿈은 벗어놓은 흐물흐물한 식은 허물이 되었다
초생(草生)을 보여주더니 마른 풀과 살얼음의 주저앉은 둥근 자리를 보여주었다
가볍고 상쾌한 유모차가 앞서 가더니 절룩이고 초라한 거지가 뒤따라왔다
새의 햇곡식 같은 새의 아침 노래가 가슴속에 있더니 텅 빈 곡식 창고 같은 둥지를 내 머리 위에 이게 되었다
여동생을 잃고 차례로 아이를 잃고
그 구체적인 나의 세계의, 슬프고 외롭고 또 애처로운 맨몸에 상복(喪服)을 입혀주었다
누가 있을까, 강을 따라갔다 돌아서지 않은 이
강을 따라갔다 돌아오지 않은 이
누가 있을까, 눈시울이 벌겋게 익도록 울고만 있는 여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
누가 있을까, 삶의 흐름이 구부러지고 갈라지는 것을 보지 않은 이
강을 따라갔다 돌아왔다
강을 따라갔다 강과 헤어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돌담을 둘렀으나 유량과 흐름을 지닌 집으로 돌아왔다
돌담을 둘렀으나 유량과 흐름을 지닌 무덤으로 돌아왔다
(그림 : 노충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