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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석주 - 밥
    시(詩)/장석주 2013. 12. 30. 16:15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지켰어야 할 약속과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룟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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