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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밥 한 그릇이
소반 위에 놓여 있다
소반이 적막하여서
무밥도 적막하여서
송송 채를 썬 흰 무의 무른 살에 스민
뜨거움도 적막하여서
무밥 옆에 댕그라니 놓인 양념간장 한 종지도
옛적에 젊은 외삼촌이 여자를 만난 것처럼
가난하게 적막하여서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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