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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국밥 한 그릇시(詩)/이정록 2013. 12. 29. 15:50
'세번째로 맛있는 집'에서 국밥 먹는다
왜 '첫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안했어요? 물어보니, 서른 남짓한 여인이 웃기부터 한다
처음 오신 손님만 물어보니 귀찮을 거야 없쥬, 한다
차림표에다 써놓을 필요가 어딨것슈, 손사래친다
'첫번째로 맛있는 집'은 시할머니가 하고, '두번째로 맛있는 집'은 시어머니가 운영한단다
손맛이란 게 역사라며 세번째도 과분하단다
'첫번째로 맛있는 집'은 육칠십대 어르신들이 단골이고,
'두번째로 맛있는 집'은 사오십 줄,
'세번째로 맛있는 집'은 이삼십대 얼라들이란다
좋은 밥집은 단골과 함께 나이 먹는 거라며 아직 어림없단다어서 빨리 '네번째로 맛있는 집'을 열었으면 좋을 텐디유,
하며 늦둥이 아들의 기저귀를 가는 여인의 뒤태가 고추장단지 같다
녀석의 짝이 어딘가에서 어미젖을 쭉쭉 빨 것을 떠올리며,삼십년 뒤 국밥 한 그릇까지 킁킁 후루룩거리는 겨울 아침이다.
(그림 : 허영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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