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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민복 - 어민 후계자 함현수
    시(詩)/함민복 2013. 12. 27. 22:13

     

    형님 내가 고기 잡는 것도 시로 한번 써보시겨
    콤바인 타고 안개 속 달려가 숭어 잡아오는 얘기
    재미있지 않으시껴 형님도 내가 태워주지 않았으껴
    그러나저러나 그물에 고기가 들지 않아 큰일났시다
    조금때 어부네 개새끼 살 빠지듯 해마다 잡히는
    고기 수가 쭉쭉 빠지니 정말 큰일났시다 복사꽃 필 때가
    숭어는 제철인데 맛 좋고 가격 좋아 상품도 되고..... 


    옛날에 아버지는 숭어가 많이 잡혀
    일꾼 얻어 밤새 지게로 져 날랐다는데 아무 물때나
    물이 빠져 그물만 나면 고기가 멍석처럼 많이 잡혀
    질 수 있는 데까지 아주, 한 지게 잔뜩 짊어지고
    나오다보면 힘이 들어 쉬면서 비늘 벗겨진 놈
    먼저 버리고 또 힘이 들면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참숭어만 냉겨놓고 언지, 형님도 가숭어 알지 아느시껴
    언지는 버리고 그래도 힘이 들면 중뻘에 지게 받쳐놓고
    죽을 것 같은 놈 골라 버리고 그렇게 푸덕푸덕대는
    숭어를 지고 뻘길 십 리 길 걸어나와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곶뿌리 끝에 서서
    담배 한 대 물고 걸어나온 길 쳐다보면서
    더 지고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도 했다는데
    뻘길 십 리 길 가물가물 멀기는 멀지 아느껴 힘들더라도
    나도 그렇게 숭어 타작 좀 한번 해보았으면 좋겠시다  

     

    현수 씨 콤바인 타고 들어가 고기 싣고 나오는 얘기는
    여차리 일부 뻘 얘기지만 뻘이 딱딱해진다는
    너무 슬픈 얘기라 함부로 글을 쓸 수 없고
    아버지 얘기는 그냥 시인데 뭘 제목만
    '인생' 이라고 붙이면 되지 않겠어

    형님, 한잔 드시겨

    여차리-강화도에 있는 마을 이름

    (그림 : 임재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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