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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재구 - 우이도 편지
    시(詩)/곽재구 2013. 12. 27. 22:03

     

    어무니 가을이 왔는디요
    뒤란 치자꽃초롱 흔드는 바람 실할텐디요
    바다에는 젖새우들 찔룩찔룩 뛰놀기 시작했구먼요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그물코에 수북한 달빛 환장하게 고와서요
    헛심 쪼개 못 쓰고 고만 바다에 빠졌구만요
    허리 구부러진 젖새우들 동무 삼아
    여섯 물 달빛 속 개구락지헤엄 치는디
    오메 이렇게 좋은 세상 있다는 거 첨 알았구만요

     

    어무니 시방도 면소 순사 자전거 앞에 서면
    소금쟁이 걸음처럼 가슴이 폴짝 뛰는가요
    출장 나온 수협 아재 붙들고
    아직도 공판장 벽보판에 내 사진
    붙었냐고 해으름까지 우는가요

     

    어무니 추석이 낼 모렌디요
    숯막골 다랑치논 산두빛 익어 고울텐디요
    호박잎 싼 뜨신 밥 한 그릇 차마 그리운디요
    언젠가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일뿐으로
    가막소에 가고 지명수배를 받던 세상
    부끄러워할 날 올 것이구만요

     

    어무니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반월과 구로동 나간 동생들 다 돌아올텐디요
    봉당 흙마루 걸터앉아 송편도 빚고 옛이야기 빚노라면

    달빛은 하마 어무니 무릎 위에 수북수북 쌓일텐디요.

    (그림 : 김종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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