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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이 독성 이 아귀다툼시(詩)/최영철 2013. 12. 25. 12:04
우울한 실직의 나날 보양하려고
부전 시장 활어 코너에서 산 민물 장어
건져놓고 주인과 천 원 때문에 실랑이하는 동안
녀석은 몇 번이나 몸을 날려 바닥을 포복했다
집이 가까워올수록 제 마지막을 알았는지
비닐 봉지 뚫고 새처럼 파닥였다
물 없는 바닥을 휘저으며
날자 날아오르자고
참기름 들끓는 냄비에서
꼿꼿이 고개 들고 나를 본다
한 번도 세상에 대가리 쳐든 적 없는 나를
두고 보자 두고 보자고
식도를 구불구불 심장을 쿵쿵
위장을 부글부글 들쑤시고 간다
이 독성 이 아귀다툼 나를 새롭게 할 것이다
마디마디 박히는
민물장어 부스러진 뼈의 원한
힘이 솟는다 다
부서지면 나는 날아오를 것이야
(그림 : 이승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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