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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어머니의 연잎시(詩)/최영철 2013. 12. 25. 12:03
못 가득 퍼져간 연잎을 처음 보았을 때
저는 그것이 못 가득 꽃을 피우려는
연잎의 욕심인줄 알았습니다
제 자태를 뽐내기 위해
하늘 가득 내리는 햇살 혼자 받아먹고 있는
연잎의 욕심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연잎은 위로 밖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아래로 안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직 덜 자라 위태위태해 보이는 올챙이 물방게 같은 것들
가만가만 덮어주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위로 밖으로 비집고 나오려고 서툰 대가리 내미는 것들
아래로 안으로 꾹꾹 눌러주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동란 때 그러하셨듯
산에서 내려온 아들놈 마루바닥 아래 숨겨두고
그 위에 눌러앉아 방망이질 하시던 앙다물던
모진 입술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그것들의 머리맡에서꼬박 밤을 밝히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림 : 이석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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