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길은 산이 가는 길이다
나의 몸은 내가 가는 길
모자 쓰고 저기 구름 앞세우고
산이 나설 때 그 모습 뒤에서
길은 우뢰를 감추고 낙엽을 떨군다
산의 가슴속으로 현(絃)처럼 놓여서
바람이 걸어가도 소리가 난다
새가 날아도 자취를 숨긴다
그것은 또 소 뿔에도 걸리지 않는
달이 가는 길
바람에 씻지 않은 발은 들여놓지 않는다
귀와 눈이 허공에 뜨여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눈 오는 저녁을 간직한다
산이 나에게 걸어올 때
산길은 내 안에 있다
(그림 : 박명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