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종기 - 담쟁이 꽃시(詩)/마종기 2013. 12. 23. 11:23
내가 그대를 죄 속에서 만나고
죄 속으로 이제 돌아가느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꽃은
깊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죄 없는 땅이 어느 천지에 있던가
죽은 목숨이 몸서리치며 털어버린
핏줄의 모든 값이 산불이 되어
내 몸이 어지럽고 따뜻하구나.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하는 그대의 눈.
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
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
무진한 꽃 만들어 장식하던가
또 몸풀 듯 꽃잎 다 날리고
헐벗은 몸으로 작은 열매를 키우던가.
누구에겐가 밀려가며 사는 것도
눈물겨운 우리의 내력이다.
나와 그대의 숨어 있는 뒷일도꽃잎 타고 가는 저 생의 내력이다
(그림 : 이윤진 화백)
'시(詩) > 마종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종기 - 바람의 말 (0) 2014.01.26 마종기 - 전화 (0) 2013.12.23 마종기 - 이슬의 눈 (0) 2013.12.23 마종기 - 비 오는 날 (0) 2013.12.23 마종기 - 밤 노래 (0)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