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종기 - 익숙지 않다시(詩)/마종기 2013. 12. 23. 11:12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그림 : 이경하 화백)
'시(詩) > 마종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종기 -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0) 2013.12.23 마종기 - 꽃의 이유(理由) (0) 2013.12.23 마종기 - 기적 (0) 2013.12.23 마종기 - 쓸쓸한 물 (0) 2013.12.23 마종기 - 강원도의 돌 (0)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