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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 저녁나절시(詩)/김광규 2013. 12. 22. 00:44
썰물이 빠진 뒤
뭍으로 길게 닻을 던진 채
개펄 바닥에 주저앉아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거룻배들
정물로 머무는 동안 소금의
하얀 발자국 조금씩 드러날 때
말나루 먼 바다에서 아련히
밀물 들어오는 소리
갈대숲 어느새 물에 잠기고
물새들 날카롭게 지저귀고
잠에서 깨어난 거룻배들
물 위로 떠오르고
황혼의 냄새 불그스레 번져갈 때
조약돌처럼 널린 땅 위의 기억들
적시며 밀려오는 파도
어두워가는 여생의 하루
(그림 : 이강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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