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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흔들리는 11월
(그림 : 박용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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